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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완벽한 고요와 화합 그리고 정화의 ‘한 끼’ - 불교신문 2025.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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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08-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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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우공양 템플스테이] 인천 전등사

전등사 템플스테이에서는 발우공양을 체험할 수 있다. 

 

단군신화가 사실이라면 강화도는 한국인의 고향이다단군은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강화도는 육지와의 거리가 채 400미터가 되지 않는다다만 물길과 뻘밭이 대단히 거세고 끈적해 적에게는 그대로 사지(死地)가 되었다몽골군이 쳐들어왔을 때 고려 왕이 냅다 피신해온 일은 익히 알려진 바다지금은 다리가 있어 육로로 다닐 수 있다강화대교는 왕복 4차선이며 주말이면 입도하려는 관광객들로 엄청나게 막힌다목측(目測)으로는 섬인지 뭍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

마니산이 종교적이라면 서쪽의 정족산은 군사적이다단군은 정족산에 사직(社稷)을 지킬 성을 지었고 그것이 정족산성이다축성을 맡은 세 명의 아들에게 세 개의 봉우리를 분산 증여했다는데 사내 랑’ 자를 붙여 삼랑성(三郞城)이라고도 한다전등사는 삼랑성 안에 있고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전등사에서는 매년 삼랑성 역사문화축제를 열어 섬과 절의 오랜 생태와 신앙을 기념하고 있다단기(檀紀)는 곧 한국사이고 사천몇백 년 한다는 그 장구한 시간은 이 절에도 주름져 있다삶과 싸움이 뒤엉키던 행적이고 상처다.

등불 전하는 일의 어려움

강화도는 항구이면서 요새라는 독특한 이중성을 지닌다전등사가 시작된 서기 381년은 중국이 남북조로 분열하기 직전이다자발적 포교인지 정치적 망명인지 동진(東晉)의 승려 아도(阿道)가 배를 타고 강화도에 와서는 전등사를 창건했다는 서사다대몽항쟁 기간에는 절 안에 임시궁궐이 만들어졌다조선의 인조는 강화도로 미처 도망하지 못해 삼전도의 굴욕을 맛봤다. 1678년 숙종이 조선왕조실록을 정족산 사고(史庫)’에 보관하면서부터 전등사는 왕실종찰로 성장했다병인양요가 터졌을 때는 전등사의 스님과 신도들까지 프랑스군과 맞서 싸웠다.
 

부처님의 가피로 국난을 소멸하기 위한 팔만대장경 조성과도 연관이 깊다전등(傳燈)이란 명칭은 말없이 마음으로 깨달음을 주고받는다는 선가(禪家)의 관습에서 유래했는데현실에서의 전등은 그렇게 평화롭지 않다각각의 굵직한 사건들마다 종교적 요소와 군사적 요소가 혼재함을 알 수 있다전쟁을 치르려면 무력과 체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나만의 신()이 필요한 법이다한 손으로는 악수를 하고 한 손으로는 주먹을 쥐어야 하는 인생에도 부처님이 반드시 필요하다.

살을 빼고 싶다면 발우공양

전등사 템플스테이에서는 발우공양(鉢盂供養)’을 도입했다스님들의 전통적인 식사법으로서 최근 조계종 원로의원에 추대된 학농당 장윤대종사가 권했다일정 이튿날인 일요일 아침 6시마다 체험할 수 있다먼저 청수(淸水또는 천수)부터 담는다이것은 식수가 아니고 나중에 설거지할 물이다가장 큰 어시발우에는 밥을국발우에는 국을찬발우에는 반찬을 담는다음식을 담거나 받을 때에는 꼭 합장을 한다말 한마디 해서도 안 되고 밥 한 톨도 남기면 안 된다그리하여 밥 먹은 자리가 그대로 설거지하는 자리다청수로 그릇을 박박 닦은 물을 마시는 것으로 발우공양은 종료된다본인이 먹던 김치나 단무지가 수세미가 되고입은 하수구가 된다.

말만이 아니라 모든 소리가 금지된다아귀(餓鬼)는 일종의 좀비(Zombie)여서 소리에 민감하고 살짝만 달그락거려도 아귀가 달려들어서다포교국장 임곡스님은 실수로 국통에 숟가락을 부딪혔다가 무려 1시간 동안 절을 하면서 참회해야 했던 추억을 얘기해주었다정작 목구멍이 바늘구멍만 해 음식물을 삼킬 수는 없고 그래서 더 고통스러울 아귀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발우공양은 다 같이 먹는 일이어서 밥과 찬을 조금밖에는 못 담는다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도 많이 간다역설적으로는 최고의 다이어트 방법이다철학적으로는 완벽한 고요이자 정화의 시간이다.

좀비가 되지 않으려면

일제강점기의 씨앗을 심은 강화도조약의 진원지이기도 하다국가에게나 개인에게나 빼앗긴다는 것은 너무 큰 슬픔이다전등사 대웅보전 네 귀퉁이에는 이른바 나부상(裸婦像)이 조각돼 법당을 떠받치는 형벌을 치르고 있다벌거벗은 여인인데 머리카락 하나 없이 흉측하며 흡사 원숭이 모양이다주막집 여주인에게 절을 짓고 받은 돈을 몽땅 사기당한 도편수가 원한에 사무쳐 새겨넣었다아귀의 ()’는 과 를 합성한 글자다저 혼자만 독차지하려는 것들은 전부 아귀인 셈이다.

아도는 아두(阿頭)’의 변형이며 민머리를 뜻하고아도는 특정 인물이 아니라 스님들 일반을 가리킨다는 설도 있다한반도로의 불교 유입은 누구 하나의 전파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교류일 텐데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다물론 알아도 당하는 게 인생이다다만 백중(百中기간에 주지 여암스님이 저승 가기 전 살아있을 때 미리 복을 닦는 생전예수재를 주도했는데 제목이 매우 심오하다백발차명(白髮次命). 노년은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내생을 설계하는 시간이다어쩌면 어린아이들보다도 싱싱하게 살아야 한다.

■ 전등사 템플스테이

내 안의 나를 마주하다 -()’

:오후 130분부터 다음날 1230분까지선명상, 108예불발우공양스님과의 대화 등.

 

찾아가는 길

[주소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공항철도 검암역(2번 출구 길 건너 고가 위)’, 김포골드라인 구래역(2번 출구)’ → 70번 버스 승차 → 전등사 동문’ 또는 전등사 남문’ 하차

문의(032)937-0152
예약www.templestay.com

 

[불교신문 제3885호/2025년 8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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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소 : 032-937-0125 팩스 : 032-232-5450
템플스테이 사무국 : 032-937-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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