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강화섬 전등사에 옛 불경과 현대미술 어우러진 전시판 열렸네 - 한겨레 202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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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5-10-14 09:17본문
500년 역사의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강화섬 절집의 사고 건물이 과거와 현재의 미술품들이 함께 만나는 전시장이 됐다.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됐다는 내력이 전하는 고찰 전등사(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경내의 정족산 사고 장사각이 바로 그 공간이다. 지난 4일 시작한 25회 전등사삼랑성역사문화축제의 주요 행사로, 이곳에서 특별한 현대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중이다. 482년 전 강화 마니산의 불자 선조들이 새기고 찍었던 옛 불교경전 ‘법화경’ 목판들의 진열장 두개가 장사각 내부 바닥에 마주보고 놓여 공간을 지키는 가운데, 사방 둘레 벽에 지금 미술판에서 활동 중인 중견·소장 작가 10명의 그림과 판화, 사진 등의 근작들이 나란히 내걸려 관객을 맞는 얼개다.
허달재, 김이오, 김문정, 정원철, 함명수, 박동진, 송명진, 유별남, 강홍구, 노순택 작가가 각자의 개성적인 조형적 구상과 문제 의식을 담은 평면 작품들을 내놓았다. 장서각 문을 들어서자마자 양옆의 법화경 진열장 뒤쪽으로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정원철 작가의 판화 근작 ‘38선 풍경’이다. 한반도의 38선과 같은 위도를 지닌 유럽과 아시아 등 여러 곳의 대지 풍경을 흑백적의 대비가 돋보이는 화면으로 담아냈다.
올해 전등사 현대미술작가전에 나온 강홍구 작가의 사진·아크릴회화 합성작품 ‘무인도 086’(2022)의 세부. 노형석 기자
뒤이어 고향인 전남 신안군 바다와 섬의 풍경을 보면서 느끼는 다기한 정서적·역사적 상념을 담아 배추와 꽃 등의 아크릴 회화 이미지를 신안 바다와 섬의 사진에 결합시킨 강홍구 작가의 ‘무인도’ 연작과, 존재의 생성 과정을 튜브의 연속 형상들을 통해 색다르게 표현한 송명진 작가의 아크릴 회화가 나타난다. 숲속 자연의 고요하면서도 치열한 생명 에너지를 포착한 유별남 작가의 사진 연작 ‘고즈넉한 소란’, 한지죽을 발라 촘촘한 격자 모양의 틀을 만들면서 불가의 인연·관계의 망을 형상화한 김문정 작가의 복합매체 작품 등도 눈에 들어온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강화 전등사 경내의 정족산 사고 장사각(왼쪽 건물). 조선 후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건물로 1930년대 이후 철거됐다가 1998년 옛 모습을 되찾았다. 장사각 옆 건물은 조선 왕실의 족보류를 보관했던 선원보각으로 역시 1998년 복원됐다. 노형석 기자
세상 모든 사람이 부처 되기를 빌며 법화경 경판을 새겼던 염원과, 조선의 역사를 간직했던 과거사의 공간이란 인연까지 되새기면서 현 시대 각자도생의 미술 언어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다. 19일까지.
강화/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music/12229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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