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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공양주 손맛기행 <5> 강화 전등사 성미선 보살 - 불교신문 202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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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400회 작성일 22-02-2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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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사에서 별좌소임을 보고 있는 성미선 보살이 2월4일 후원 장독대를 점검하고 있다. 후원의 모든 공양물 전부 그녀의 손을 거쳐야 세상 맛있는 ‘전등사 절밥’이 완성된다.  

지장경 사경하며 지장부처님 봉양하는 ‘전등사 꽃할매’

강화연등선원 거쳐 전등사까지 20년 백련암에서 1만배, 능엄주 기도정진
밭갈고 장 담그고 차농사…후원 총괄 꽃밭 가꾸고 도량 장엄까지 일인다역

바쁘지 않고 힘들지 않아…날마다 행복 이 좋은 부처님도량에서 기도하는 마음 


전등사에서 별좌소임을 보고 있는 성미선 보살이 2월4일 후원 장독대를 점검하고 있다.
후원의 모든 공양물 전부 그녀의 손을 거쳐야 세상 맛있는 ‘전등사 절밥’이 완성된다. 
 

네 살 터울 오빠는 어릴 때부터 말수가 없었다. ‘오빠야’ 부르기도 어려웠고 때로는 무섭기도 했다. 한 부모 아래 자랐지만 이렇다 할 추억 하나 없었던 무심한 오빠는, 스님이 됐다. 대학입시 앞두고 밀양 표충사에서 “그 공부는 해서 뭐할 건가?”라는 한 스님의 질문에 출가를 결행하고 가야산 해인사 성철스님을 찾아가 행자생활을 시작한 오빠다. 부모는 물론 두 여동생과도 연을 끊다시피 한 오빠를 다시 만난 건 30여년이나 흐른 뒤. “그 시절 제가 사업을 벌였다가 부도를 맞아 낭패감에 시달렸어요. 80넘은 노모는 딸 걱정에 노심초사하다가 스님(아들)이 계시는 절에 가서 좀 쉬고 오면 어떠겠냐고 제안하셨죠.” 긴 망설임 끝에 출가한 오빠가 살고 있는 절, 강화연등국제선원에 처음으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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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포교를 발원하면서 종로에 연등국제불교회관을 열고 강화연등국제선원을 창건한 원명스님(1950~2003)의 속가 여동생 성미선(68, 법명 대덕행) 보살 이야기다. 편한 오빠도 머리 깎고 출가해서 다시 만나면 어색할진대, 연등선원에서의 일상은 어려움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공양주가 없어 자연스럽게 공양주 소임을 봤다. 10명 넘는 외국인 스님들의 치열한 수행생활을 보좌하느라 진땀을 뺐다. 대중 앞에 가급적 나타나지 말라는 원명스님의 ‘지령’으로 남몰래 공양준비를 해놓고 방에 있다가 공양이 끝나 사람들이 가고나면 그제서야 나와서 뒷정리를 해야 했다. 조금 불편했지만 큰 보람이 있었고 상처 났던 몸과 마음도 서서히 아물어 갈 무렵, 예상치 못한 불행이 엄습했다. 스님에게 위중한 병환이 생겼다. 젊은 시절 내내 스리랑카와 영국에서 유학하고 유럽을 비롯 구(舊) 소련 지역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및 동남아시아 싱가폴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지를 동분서주하면서 몸 돌볼 여유없이 국제포교 원력에 몰입한 스님이기에 여동생은 말은 못하고 냉가슴만 앓았다. 스님을 지극정성으로 시봉했지만 스님은 너무나 일찍 떠났다.

“스님께서 입적하신지 올해 19주기가 됐지만 저는 아직도 스님을 보내드리기가 힘들어요. 마지막 즈음에 스님은 방에 상좌 외에는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셨고 음식을 넣어드리면 손도 안대시고 그냥 상이 나오니까 홀로 발만 동동 구르고…. 후회가 됩니다. 동생으로서 한번이라도 ‘오빠, 이거 좀 드셔봐요’, ‘오빠, 살려면 이거 드셔야 되예’라고 억지라도 부리고 생떼라도 써볼걸….” 원명스님이 입적하고, 아니 세상 하나뿐인 오라버니를 떠나보낸 그녀는 뒤늦게 주변사람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저것이 덩치만 크지 마음이 강하질 못해요. 독하게 살아야 하는데 일을 시키면 무식하게 일만 하고 지혜가 없다니까. 나 없으면 우찌 살꼬.” 내일모레 칠순을 바라보는 여동생은 지금도 스님 이야기를 할 때면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 

강화 전등사에서 별좌소임을 보면서 살림을 총괄해온지 어언 9년째다. 원명스님의 도반 스님 제안으로 전등사 아랫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살면서 사중 일을 돕는다. 아침 7시에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는 일 없이 뭔지 모르게 분주하다고 그녀는 말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 없이는 전등사가 단 하루도 온전히 돌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우선 된장 고추장 간장은 손수 담근다. 텃밭에서 온갖 채소를 정성껏 가꾸며 재배한다. 강화순무부터 계절별 각종 김치를 직접 만든다. 차농사를 짓고 차를 덖는다. 천연효소도 담근다. 여기에 더해서 꽃을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도량 곳곳 꽃밭을 가꾸고 꽃님들을 키운다. 이게 끝이 아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건 아니지만 여분의 된장과 김치들을 신도들과 나누다가 입소문이 나자 일이 커졌다. 후원의 일부 반찬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생산과 포장, 택배 등의 일거리까지 늘어났다. 이 많은 일들을 혼자서 다 하지 않는다 해도 전반적인 상황을 꿰뚫고 신경을 쓰면서 지휘하고 감독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이고 전혀 복잡하지 않아요. 몸에 익숙하다보니 힘들다거나 즐겁지 않다는 생각은 한번도 없습니다. 소소하지만 성취감이 엄청납니다. 우리 전등사 식구(직원)들도 저를 할매라 부르면서 잘 따라줍니다. 이 좋은 부처님 도량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 삶 자체가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하하하.”

성미선 보살은 한때 해인사 백련암에서 수행하고 치열하게 정진한 독실한 재가불자다. 방학이면 어린 아들딸도 함께 삼천배 일만배 정진을 할 정도로 불심과 신심이 남다르다. 연등선원에서도 날마다 새벽 2시면 일어나 1000배 정진을 회향한 뒤 새벽예불을 하고 하루를 열었다. “전등사에 와서는 대중을 위해서 하는 모든 일을 수행과 기도로 삼기로 했어요. 낮에는 꽃나무 밭채소와 마음을 나누면서 공양물을 만들어 대중 스님을 봉양하고, 밤에는 어여쁜 연잎을 이어붙여 차량용 연꽃도 만들어 신도들에게 보시하고…. 새로 오신 우리 주지 스님께서는 기도를 중시하셔서 정말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올 한해는 <지장경> 사경기도를 해보려고 합니다. 원을 세웠으니 일년내내 한번 제대로 정진해 보렵니다. 부처님 모시고 사는데 이 정도는 해야지 않겠습니까?” 


전라도나 충청도 경상도처럼 특유의 음식맛이 있을까 싶은 강화도지만 ‘전등사 절밥’은 안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 먹어본 이는 없을 정도로 그 맛이 일품이다. 세상 모든 절밥이 그렇지만 2월4일 입춘날 전등사에서 맛본 점심공양은 음식이 몸에 쌓인다기보다 스며든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시래기국에 콩나물 시금치 무침, 호박고구마전과 노각장아찌, 순무김치, 김장김치가 전부였지만 정갈하고 담백했고 충만하고 완벽했다. 코로나가 걸렸다 해도 금세 나아질 것처럼 건강해진 기분을 선사했다. 요즘 스님들 입맛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해서 또한번 놀랐다. “연세가 있으신 스님들도 이젠 나물은 잘 안드시려 해요. 질리셨나봐요. 두부와 버섯을 가장 좋아하시죠. 두부는 조려도 맛있고 굽고 삶아도 맛있고 심지어 튀겨도 소스 뿌려 드리면 얼마나 맛있게 드시는지 모릅니다. 버섯종류도 다양한 만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만들어 드리면 잘 드십니다. 젊은 스님들은 퓨전식 사찰음식을 좋아라 하시고…. 부각과 장아찌 종류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맛있게 만들어 내어 드려요.”

성미선 보살님 말대로 전등사는 아주 큰 사찰도 아니고 작은 시골절도 아니다. 은근히 귀한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공양준비하는 손이 꽤 바쁜 사찰이다. 최근에는 전등사 전통사찰음식연구소가 생긴 덕분에 예전보다 손님맞이 일손이 많이 덜었다. “몇백명 대중들 음식은 마음 편하게 잘할 수 있는데 손님상 차리는 일은 쉽지 않아요. 그 일만 덜어도 한시름 덜었지요.”

회색 법복 차림의 성미선 보살은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있는 머리를 고무줄로 질끈 묶고서 오늘도 도량을 가꾸고 대중을 외호한다. 밀짚모자를 쓰고 밭일을 하면 멀리서 스님처럼 보이고 식구들이야 ‘할매’라 부른다지만 숱많은 머리는 아직 젊고 힘센 ‘이모’같다. 
“꿈이요? 이제 정말 더할나위 없이 행복합니다. 두 아이들 잘 자라서 밥벌이 하며 잘 살고 있고 우리 노부부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무엇을 더 꿈꿉니까?” 성미선 보살은 오늘도 전등사 후원 한켠에 적어놓은 공양송 읊조리며, ‘숨쉬는 대지와 강물의 핏줄, 태양의 자비와 바람의 손길로 빚은 모든 생명의 선물’이라는 밥을 짓는다. 그 ‘밥심’에 ‘부처님 마음’을 한가득 담아낸다.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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