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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sub533 2013-08-26 프랑스 한류팬 템플스테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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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945회 작성일 14-01-15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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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사랑은 뜨거운 사랑보다 깊다
- 전등사 프랑스 한류 팬 템플스테이
원문: http://blog.naver.com/templestaygo/8019685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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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팬은 왜 절집을 찾았을까 
“절을 할 때 거부감은 없었나요?” 
“그런 건 없었어요. 불교에서 절이란 자신을 낮추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수행자의 생활방식이란 걸 알고 있거든요. 좀 힘들긴 했지만 좋은 경험이었어요.”
새벽예불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는 모르간에게 넌지시 한 질문에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모르간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르 하브르(Le Havre) 대학에서 아시아경영학을 전공했고 한국방문과 템플스테이 체험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절집의 삶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이처럼 놀라웠습니다.
지난 8월 22~23일 강화도 전등사에서는 프랑스의 한류 팬 20명이 참가하는 템플스테이가 펼쳐졌습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의 프랑스 젊은이들은 한류, 특히 아이돌 그룹의 음악에 열광했습니다. 누구는 인피니트가 멋지다고 하고 누구는 BAP가 좋다고 하고 빅뱅만큼 놀라운 그룹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최신 유행의 장이 아닌 16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찰을 찾아 템플스테이를 하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인터넷 유튜브 사이트에서 본 플래시몹이 떠올랐습니다. 플래시몹(flash mob)이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해 메시지를 전파하여 삽시간에 군중을 끌어 모으는 퍼포먼스를 일컫는데요. 2011년 11월 6일, 파리의 중심인 퐁피두센터 광장에서 프랑스 젊은이들이 케이팝(K-Pop) 스타들의 공연을 요청하는 플래시몹을 펼쳤죠. 그런데 이들이 이 자리에서 부른 노래는 케이팝이 아닌 한국의 민요 아리랑이었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한국어 발음과 가락으로 아리랑을 불러 시선을 모은 대학생 실비아는 한국드라마와 케이팝의 춤에 이끌려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한류의 뿌리인 한국 전통문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지요. 21세기 한류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오천년 역사의 한국 전통문화, 특히 그 뿌리인 절집으로 나아간 것일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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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다하고 ‘참나’를 바라보며
처서를 하루 앞둔 날이지만 날씨는 아직 한여름의 열기 그대로였습니다. 정족산 자락에 깃든 전등사를 찾은 청춘들의 얼굴에는 구슬땀이 흐르고 있었지요. 압도적인 웅자보다는 주변경관과의 살뜰한 조화미가 마음을 끄는 전등사 경내를 거닐며 청춘들은 열기를 씻어냈습니다.
1박2일동안 수행자로 지내기 위해 절집에서 지켜야할 예의를 배우고 평등하게 수행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사물전에서 저녁예불을 올리는 것으로 수행의 첫걸음을 시작했습니다.
법고, 목어, 범종, 운판의 법전사물이 자아내는 소리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듯했습니다. 조용히 예의를 지켰지만 동그란 눈을 더 키우고 입매를 올리면서 옆 친구와 교감하는 표정에서 새로운 체험에 대한 경이로움을 엿볼 수 있었죠. 유창한 프랑스어로 통역을 담당한 전등사 템플스테이 팀의 명지님이 사물의 소리에 담긴 뜻을 설명하자 그들의 표정에는 환한 웃음이 퍼졌습니다. 그것은 작지만 큰 깨달음의 웃음으로 보였지요.
경건히 범종을 울리고 1박2일간 스승을 맡아주신 도일스님을 따라 무설전에 가서 저녁예불을 올리면서 직접 절을 하고 참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행방법 중 첫째가 바로 참선입니다. 이는 고요히 마음을 안정시켜서 본래의 ‘참나’가 부처임을 깨닫기 위한 수행법입니다.
참선에서 중심을 이루는 호흡에 대한 도일스님은 설명이 명쾌합니다. “지금 내 호흡이 거칠다는 것은 마음이 거칠다는 것입니다. 또한 호흡이 부드럽다는 것은 마음이 부드럽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호흡을 잘 지켜보세요!”
참선체험을 마치고 평소보다 좀 이른 시간인 밤 9시무렵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새벽예불에 참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자연스러움을 익힐 수 있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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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새벽예불, 천국보다 낯선 발우공양
늦은 밤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하던 빗줄기는 아침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비를 헤치고 모두 빠짐없이 방사에서 무설전으로 갔습니다. 도일스님의 안내에 따라 새벽예불을 올리고 서운관에서 108배를 시작했습니다. 좌식생활에 익숙지 않아 좌선자세도 힘겨워보이던 이방의 청춘들에게 108배는 넘어서기에 더욱 큰 산처럼 보였습니다.
슬쩍슬쩍 후들거리는 다리를 두드리면서 절을 하는가 하면 구부렸던 발을 펼 때도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는 모습이었습니다. 50배쯤 절을 했을 때는 너나없이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고 비오듯 땀을 흘렸죠. 그래도 누구하나 포기하지 않고 108배를 해냈습니다. 리옹의 동물병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청년 토미(26세)는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는 오늘의 108배를 잊지 못할 거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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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 수행자들의 전통식사법인 발우공양은 이들에게 무척이나 낯선 것이었습니다. 먼저 영문으로 된 오관게(五觀偈)를 함께 읽었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로부터 왔는가. 나의 덕행으로 받기에 부끄럽네. 온갖 욕심을 버리고 몸을 지탱하는 좋은 약으로 삼아 깨달음을 얻어 도업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발우공양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음식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는 시간이지요. 4개의 그릇을 놓는 법, 음식을 나누는 법, 음식을 먹는 법, 그릇을 씻는 법까지 하나하나 체험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은 신중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 모든 음식과 먹는 법 속에 생명에 대한 존경과 감사, 나눔의 철학이 담겨있음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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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을 만들며 내 마음에 피우는 연꽃
뜻밖의 변수는 삶의 즐거움입니다. 본래 발우공양을 마치고 전등사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사적 130호의 고대토성 삼랑성 일대를 산책할 예정이었으나 계속 되는 비로 연등 만들기를 했습니다. 전등사(傳燈寺)는 부처님의 말씀 곧 ‘법의 등불’을 전해온 절이란 뜻입니다. 그런 점에서 연등 만들기는 더 특별하게 다가왔죠. 모두들 연등은 처음 만들어본다고 했는데도 눈썰미들이 좋아서 척척 잘 만들었습니다. 정성스레 연꽃잎을 붙이고 빛 고운 색한지에 소원을 적어서 연꽃에 장식하니 모두들 아이처럼 즐거워했습니다. 사람들이 더럽다고 여기는 땅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처럼 힘겨운 세상살이에서도 누구나 연꽃을 피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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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도파민의 사랑에서 따뜻한 옥시토신의 사랑으로
보물 제 178호인 전등사 대웅보전은 그 아름다움도 그러하거니와 처마 밑 나부상과 그에 얽힌 전설로 유명합니다. 먼 옛날 대웅보전 건립에 참가한 도편수가 불사를 하던 중 마을의 주모와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불사를 마치고 혼인하기로 약속했죠. 하여 도편수는 주모에게 그동안 모아둔 돈을 맡겼는데 공사 막바지에 이른 어느 날 주막으로 찾아가니 주모는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더랍니다.
이에 상심하던 도편수는 공사가 끝나갈 무렵 대웅전 처마 네 군데에 벌거벗은 여인이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조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주모를 벌하기보다 대웅전에서 늘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참회하여 올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도편수의 참사랑이 담긴 것입니다.
촐촐히 내리는 비를 맞으며 대웅전 처마밑 나부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사랑이라는 이름의 에너지가 자아내는 프리즘이 떠오릅니다.
뇌 과학자들은 남녀간의 사랑은 뜨겁게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저 멀리서 오는 연인을 바라만 봐도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고 국그릇에도 연인의 얼굴이 비치고 그에 대한 생각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기도 하지요. 이때 그의 뇌에서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비롯하여 놀에피네프린, 세로토닌이 용솟음친다고 합니다.
도파민의 쾌감은 니코틴이나 코카인이 일으키는 것처럼 강렬하고 놀에피네프린은 심장을 뛰게 하고 땀이 나게 하며 심지어 세로토닌은 사람을 일시적으로 미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뜨거운 사랑은 2년정도 유효기간을 갖습니다. 그렇지 않고 이들 열정의 신경전달물질이 계속 쏟아진다면 사람은 사랑으로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이들 화학물질의 유효기간인 2년 후, 모든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성숙한 애착의 관계로 발전한 두 사람의 뇌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사랑의 호르몬이 분비되지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 활동을 연구해온 미국 럿거스대 헬렌 피셔 교수는 오랜 연구 끝에 남녀의 사랑이 뜨거운 갈망과 끌림에서 따뜻한 애착의 단계를 거치며 단계마다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도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죠.
그 옛날 도편수와 사랑에 빠졌던 주모의 사랑이 뜨거운 도파민적인 사랑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면 도편수는 배신의 상처를 끌어안고 옥시토신의 사랑을 한 것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노래에도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는 격렬한 도파민의 사랑이 있는가 하면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가실 길에 고이 뿌리우리다.”라는 성숙한 옥시토신의 사랑이 있네요.
한류가 자아내는 매력에 흠뻑 빠진 프랑스의 청춘들, 템플스테이에서 만나 그들에게서 저는 성숙한 옥시토신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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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 박현숙 불교문화사업단 템플스테이 블로그기자
홈페이지 : www.jeondeung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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