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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옹골진 성곽 따라가니 봄바다 한눈에...강화 삼랑성 - 2022.3.1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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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763회 작성일 22-03-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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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옹골진 성곽 따라가니 봄바다 한눈에...강화 삼랑성

기사승인 2022. 03. 0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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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삼랑성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는 삼랑성 성곽길은 지루하지 않다. 고도에 따라 풍경도 수시로 변한다./ 김성환 기자
강화(인천) 글·사진 김성환 기자 = 인천 강화도에 삼랑성(정족산성)이 있다.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산성(山城)인데 볕 따스하고 바람 순한 봄날 걷기 좋다. 성곽 따라 가면 발아래 섬 마을 풍경이 펼쳐지고 볕을 받아 오글거리는 바다도 나타난다.

여행/ 삼랑성
삼랑성 ‘달맞이 고개’. 여기선 온수리 일대를 비롯한 강화도 동쪽 일대와 김포까지 눈에 들어온다./ 김성환 기자
여행/ 삼랑성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삼랑성. 성곽길을 따라 걷는 내내 강화의 마을과 서해가 눈을 즐겁게 만든다./ 김성환 기자

강화도는 볼게 참 많다. 섬 전체가 역사의 현장이다. 광활한 갯벌과 바다는 꽉 막힌 일상에 위안이 된다. 요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핫 플레이스로 등극한 카페도 많다. 루지처럼 짜릿한 액티비티도 생겼다.

전등사도 유명하다.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한 고찰인데 이 오래된 절이 삼랑성 안에 있다. 사찰을 에두른 정족산(222m) 봉우리를 연결하며 성곽이 이어진다. 산성의 남문(南門)이나 동문(東門)을 지나야 사찰 경내에 닿는다. 남문은 산성의 정문에 해당한다. 번듯한 누각을 갖췄고 규모도 제법 크다. 동문은 윗부분이 반원형으로 생긴 작은 홍예문이다. 절 구경이 급한 사람들은 이게 삼랑성에 딸린 것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가람 구경에 공을 들이지만 정작 성곽에 관심 갖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가하고 조용하게 산책하려는 이들만 알음알음으로 성곽길에 들어선다.

여행/ 삼랑성 남문
삼랑성의 정문에 해당하는 남문(南門). 삼랑성은 동서남북 사방에 4개의 문을 갖췄다. 남문을 제외한 3개의 문은 누각이 없고 규모가 작은 홍예문이다./ 김성환 기자
여행/ 삼랑성
삼랑성 서문/ 김성환 기자
동문이나 남문 옆으로 난 성곽길에 올라서면 삼랑성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둘레가 3km 남짓. 큰 결심이 필요한 고산준봉을 가르는 것도 아니어서 한 두 시간만 투자하면 너끈히 완주할 수 있다. 힘이 들면 여유가 안 생긴다. 앞 사람 꽁무니만 좇아가다 풍경을 놓치고 마음 살필 기회도 잃는다. 이 길은 부담이 없다. 걷고 난 후에도 강화도의 다른 볼거리를 구경할 시간과 체력이 남는다. 순환형 코스여서 또 편하다. 정문에 해당하는 남문을 비롯해, 동문, 북문, 서문 등 4개의 문이 있는데 어디서 출발하든 시작점으로 돌아온다. 중간중간 전등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니 원하는 만큼만 걸을 수도 있다. 어쨌든 너른 주차장이 있는 남문이 출발점으로 적당하다. 북문 주변 약 30m 구간은 보수 공사 중이라 샛길을 이용해야 하지만 걷는 데 문제는 없다.

여행/ 삼랑성
삼랑성 서문 인근 성곽에서 본 풍경. 봄볕 받아 반짝이는 바다와 들판이 꽉막힌 일상에 위로가 된다./ 김성환 기자
삼랑성 성곽길은 일단 풍광이 좋다. 지루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족산은 높지 않지만 섬에 솟은 터라 시야를 가리는 게 없다. 성곽 따라 가면 사방으로 시야가 탁 트인다. 동문과 북문 사이 ‘달맞이고개’에선 온수리시장을 비롯해 쪽 강화의 동쪽 일대와 인접한 김포까지 눈에 들어온다. 북문과 서문 사이 등성이에선 서해가 펼쳐진다. 영종도, 신도, 시도, 모도, 장봉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눈에 들어온다. 봄볕 잔뜩 머금은 바다가 꽉막힌 일상에 위안이 된다. 남문과 서문 사이 능선에선 전등사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삼랑성 복판에 자리잡은 사찰이 마치 튼튼한 성곽의 보호를 받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는 것도 재미있다. 성곽은 산정상부인 해발 220m에서 가장 낮은 해발 75m까지 오르락내리락한다. 등에 땀이 날 정도로 가파른 능선이 나타나고 아찔한 내리막이 느닷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고도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풍경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판판하기만 한 길은 심심하기 마련이다.

여행/ 삼랑성
삼랑성에서 내려다 본 전등사/ 김성환 기자
누가, 언제 삼랑성을 쌓았을까. 정확한 축조 연대는 알 수 없다. ‘고려사 지리지’에 단군왕검의 세 아들인 부여, 부우, 부소를 시켜 쌓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삼랑성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그러나 처음에는 흙으로 쌓았고 나중에 자연석으로 쌓은 흔적이 있어서 삼국시대에 축성되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를 거치며 개보수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산성을 쌓았다는 것은 강화도가 그만큼 중요한 곳이었다는 얘기다. 강화도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반도 중심부를 지키는 전략적 요충지였다. ‘보한집’의 저자인 고려 문신 최자(1188~1260)는 강화도를 다룬 고전 ‘삼도부’에서 ‘안으로 마니산, 혈구산 등이 첩첩이 둘러싸여 있고, 밖으로는 동진산(지금의 통진산), 백마산 등이 사면으로 요새처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며 강화도가 천혜의 요새라고 했다.

여행
복원된 정족산 사고/ 김성환 기자
실제로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 때 왕실과 조정은 60년간 강화도에서 머물렀고 조선시대 정묘호란이 일어나자 인조 역시 강화도로 파천해 버텼다. 현종은 강화 마니산 사고에 보관했던 ‘조선왕조 실록’을 삼랑성이 있는 정족산으로 옮기고(정족산 사고) 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는 선원보각도 세웠다. 외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정족산 사고는 복원돼 옛 모습을 갖췄다. 전등사 산신각 뒤로 난 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서구의 침략을 최초로 막아낸 곳도 삼랑성이다. 천주교 탄압과 프랑스 신부 살해를 구실로 병인양요(1866)를 일으킨 프랑스군을 양헌수가 삼랑성의 지세를 이용해 물리쳤다. 삼랑성 동문 앞에는 당시의 승리를 기념하는 ‘양헌수승전비’가 서있다. 치열한 역사가 깃든 현장은 이제 고즈넉한 쉼터가 됐다. 사람들은 군사적 의미를 다한 성곽길을 걸으며 큰 숨을 들이켜고 먹먹함을 풀고 간다.

여행/ 전등사 대웅전 나부상
전등사 대웅전 나부상/ 김성환 기자
전등사도 운치가 있다.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하는 고찰이다. 가람들 중에는 보물도 많다. 오래된 고목들도 우아하다. 여기선 빛바랜 대웅전을 눈여겨봐야 한다. 처마 밑의 나부상(벌거벗은 여인상)이 유명하다. 전등사를 짓던 도편수가 한 여인을 사랑했는데 그 여인이 도편수의 돈을 훔쳐 달아났다. 이에 도편수는 여인상을 조각해 추녀를 받치도록 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고운 볕발을 등에 업고 성곽길을 걷고 곰삭은 시간의 무게가 느껴지는 절 마당을 기웃거리면 기분이 봄처럼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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