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조건없이 베푸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부부간에 부모자식간에 심지어 자기자신에게조차도 부지불식 간에 조건을 내재하고 사랑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되돌아 보게 됩니다. '내가 옳다는 생각'을 움켜쥐고 내려놓지 못함으로써 때로는 우월 의식 으로, 때로는 열등의식으로 얼마나 나를 억압하고 괴롭혀 왔는 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자유롭지 못하고 괴로움에 사로잡혀 있으면 서 가족과 도반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를 고집하지 아니하고 내려놓는 것이 나와 가족과 도반을 사랑하는 밑돌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바탕위에 가족과 도반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잘 쓰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사랑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식으로서, 도반으로서 잘 쓰이기 위해 나는 이렇게 나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남편으로서 나는 아내에게 잘 쓰이고 있는가? 쥐꼬리만한 돈을 갖다 주면서 살림을 어떻게 하는거냐며 아내를 몰아부치고 있지는 않은지, 책 좀 읽어라, 신문도 안보냐, 공부 좀 해라 하면서 아내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말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처가와 본가를 구분짓고 처가의 상황을 애써 외면함으로써 아내를 서운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와 종일 씨름하는 아내의 수고를 망각하고 집구석에서 하루종일 뭘 하느냐며 투덜거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과 비교함으로써 아내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내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아내의 의견을 잘 듣고 대화에 진심으로 응하고 있는지, 아내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외조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고 있는지... 둘째, 아버지로써 나는 아이들에게 잘쓰이고 있는가? 내 부속물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로서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지, 대화가 아닌 일방적 지시로 아이들을 통제하고 있지는 않은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들을 이해하려 하고 있는지, 내 생각대로 아이들을 만들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셋째, 자식으로서 나는 부모님께 잘 쓰이고 있는가? 친가 및 처가의 부모님께 안부인사를 제 때 하고 있는지, 시간을 쪼개어 종종 찾아 뵙고 있는지, 어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의견을 구하고 있는지, 소외감을 느끼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건강을 잘 챙기고 있는지, 형제간의 우애를 지키고 있는지... 넷째, 도반에게 잘 쓰이고 있는가? 사랑의 말, 위로의 말, 칭찬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부드러운 말을 쓰고 있는지, 부드럽고 정다운 얼굴로 대하고 있는지, 도반의 일을 예의바른 공손한 태도로 도와주고 있는지, 내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에게 따듯한 마음을 나눠주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