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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들풀 댓글 0건 조회 3,564회 작성일 13-12-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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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 할 짓인가요?

강화 나들길 제1코스, 그 중 북문을 거쳐 연미정으로 가는 길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길 중 하나입니다. 저 뿐만이 아닙니다. 저의 소개로 강화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고즈넉한 시골의 정취를 만끽하고 돌아갑니다. 그 사람들이 다시 사람들을 데리고 이 길을 걷곤 합니다.

강화를 소개하는 어느 글에선가 연미제월(연미정에서의 달맞이)’이 강화팔경 중 하나라고 소개했더군요. 처음엔 관동팔경을 따다 붙인 듯한 그 제목에 피식 웃고 말았지만 실제로 가서 본 연미정의 아름다운 경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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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21() 서울에서 온 지인들과 함께 연미정 가는 길을 걸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그곳에 산업단지가 들어선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돌기도 했고, 실제로 마을길엔 그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나붙기도 해서 적이 불안했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걷기 시작했죠.

그런데 대산리를 지나 연미정이 내다보이는 길로 들어서자마자 저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이미 연미정길은 두 동강 세 동강이 난 지 오래고, 넓게 펼쳐져 있던 월곶리 아름다운 들판엔 기중기며 불도저며 온갖 중장비들이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경악이라는 표현으로는 당시 제가 받은 충격을 반의 반도 설명하지 못합니다. 하도 억울하고 기가 막혀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무슨 산업단지니 개발이니 하면서 흉흉한 소문이 돌 때 진작 찾아보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안이함과 게으름을 탓해 보지만 그렇다고 푸념과 자책만 하고 앉았을 수 없기에 이 글을 씁니다. (물론 제가 무슨 거창한 대책을 세우겠습니까마는 산단 건설에 반대했을 주변 주민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지지를 표명하는 것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강화의 아름다운 자연생태에 푹 빠진 개인입니다. 빼어난 자연생태와 역사, 문화적 향기를 잘 간직하는 것이 강화가 살 길이라고 믿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역사의 고장으로서 강화를 찾아 초지진이며 연미정이며, 강화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의 흔적들을 더듬어 갑니다.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강화의 풍요로운 황금갯벌과 그에 깃들여 사는 수많은 생명들을 보기 위해 강화를 찾습니다.

한반도를 동서와 남북으로 가르며 흘러온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이 쏟아낸 영양물질들이 강화 앞바다에 펼쳐지니,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강화갯벌입니다. 강화의 풍요로운 황금갯벌은 강화 사람들은 물론 수많은 생명들을 먹여 살려온 보물창고 같은 곳입니다. 칠게며 방게며 농게며 흰이빨참갯지렁이며 두토막눈썹참갯지렁이며 개맛이며 갈색새알조개며 온갖 생명들이 강화갯벌에서 꼬물대고 있으며 그들을 먹이원으로 하는 수백 종의 조류들이 강화갯벌을 찾습니다. 전 세계에 2,500여 마리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저어새들의 유일한 번식지가 바로 강화 인근의 무인도들이고, 호주 등지에서 월동하고 봄이면 시베리아 툰드라까지 가서 번식을 하는 수십 종의 도요물떼새들이 경유하고 영양을 섭취하는 곳이 바로 강화 갯벌입니다.

 

이처럼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생태를 간직하고 있는 강화, 그 초입에 산업단지가 들어섭니다. 그 산업단지에서 뿜어낼 온갖 공해물질과 오폐수들이 그대로 강화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갯벌로 흘러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헤아릴 수 없는 생명들을 먹여 살려온 강화갯벌이, 이제는 독성물질로 그득한 폐기장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생명들이 꼬물대던 강화갯벌은 기름을 뒤집어 쓴 생물들의 사체로 넘쳐날 것입니다.

온갖 오염물질로 오염된 강화 갯벌을 누가 찾겠습니까? 굴뚝연기 자욱한 산업단지를 거쳐야 하는데 누가 연미정을 찾을까요? 오폐수로 오염된 강화 앞바다에서 잡힌 새우가 지금처럼 전국으로 팔려 나갈까요? 적잖은 외국인을 불러 모았던 저어새도 이젠 강화를 떠날 날이 멀지 않았군요.

새들도, 게들도, 사람마저 찾지 않는 강화엔 시커먼 공장 굴뚝만이 그 위용을 자랑하겠지요. 기업으로부터 걷어 들이는 세수에 맛들인 정치인들이 강화의 미래를 망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망가져버린 몇 년 후의 강화에서 정치인들은 여전히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하며 새로운 공장터를 물색하겠지요. 기업으로부터 벌어들이는 세수는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강화의 자연생태는 기하급수적으로 몰락하겠지요.

십 몇 년 후쯤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어쩌면 모두 고향을 등져 후회할 사람마저 남았을까 싶군요. 지역경제니 개발이니 목청 높이던 정치인들은 이미 철새처럼 다른 지역으로 날아가 그곳에서 또 비슷한 만행을 시도하겠군요.

 

강화산업단지 기공식에 어깨 힘주고 참여했던 정치인들에게 묻습니다.

이게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이 할 짓인가요?”

강화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강화의 자연생태를 아끼는 분들에게 묻습니다.

우리 손 놓고 가만있어도 되는 걸까요?”

 

저는 이번 주 토요일(1229) 작은 피켓 하나 들고 북문에서 연미정까지, 산업단지를 가로질러 걸으려 합니다. 이미 늦었을지 모르지만 늦었다고 후회만 하다 결국은 강화의 모든 생명들에게 죄를 짓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혹시 함께 하실 분이 있으시면 연락(010-4759-4953) 주시기 바랍니다.

 사진이 하나 밖에 올라가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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