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실스님 동지기도 회향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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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등사 댓글 0건 조회 3,020회 작성일 16-12-28 09:41본문
동지기도 회향법회 법문 조실스님
비여암중보(譬如暗中寶)는
무등불가견(無燈不可見)이요.
불법무인설(佛法無人說)이면
수혜막능지(雖慧莫能知)이라.
비유하면 캄캄한 가운데 보물이 있으나
등불이 없으면 볼 수 없는 것과 같아
부처님의 법을 설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비록 지혜가 있다 해도 알지 못하느니라.
오늘은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으며 겨울의 한가운데 있다는 동지입니다. 동지가 되면 해 마다 마을 집에서도 절 집에서도 팥죽을 쑤어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액운을 쫒기 위해 사방에 뿌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중국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란 책을 보면 옛날 중국 요순시대에 형벌을 맡은 관리인 공공씨라는 사람에게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굉장한 망나니였다고 합니다. 이 망나니 아들이 동지에 죽은 뒤 역질을 퍼뜨리는 귀신이 되어 온 동네 병을 퍼뜨리며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공공씨는 생전에 아들이 팥을 두려워했던 것을 떠올리며 사람들에게 팥죽을 쑤어 대문과 집 곳곳에 뿌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악질귀신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고 이때부터 사람들은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귀신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람들이 죽을 때 원한이 있다든지 재물을 다 쓰지 못하고 죽으면 생긴다고 합니다. 중생들이 탐(貪) 진(嗔) 치(痴) 삼독(三毒) 즉 탐하는 욕심, 성내는 마음, 어리석음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옛말에 지족자 빈천역낙(知足者 貧賤亦樂) 부지족자 부귀역우(不知足者, 富貴亦憂)란 말이 있습니다.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가난하여도 즐겁게 살지만, 만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귀를 누리면서도 근심 속에 산다는 말입니다. 만족할 줄 모르는 이유는 중생심과 탐심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99섬 가진 사람이 100섬을 채우기 위해 1섬을 가진 사람 것을 빼앗으려 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탐심 즉 욕심, 진심 즉 성냄, 치 즉 어리석음을 3독이라고 했습니다. 독은 먹으면 죽습니다.
옛날 조선시대 숙종 때 윤 판서란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윤 판서는 벼슬을 버리고 낙향을 한 뒤 책을 보고 시를 지으며 유유자적 여유롭게 살았습니다. 윤 판서에게는 굉장히 아름다운 부인이 있었는데 둘은 행복하게 잘 지냈습니다. 하루는 평양감사 아들이 사냥을 왔다가 윤 판서 부인을 보고는 한 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평양감사 아들은 윤 판서 부인에게 음심(淫心)이 생겨 자신을 따르던 부하들을 미리 보내고 자신은 윤 판서 집에서 하루 묵으려 했습니다. 평양감사 아들이 하루 묵겠다고 청하자 윤 판서는 쾌히 승낙을 했습니다. 그날 윤 판서는 제사가 있어 집을 비우고 윤 판서 부인 만 집에 남게 되었습니다. 밤이 되자 평양감사 아들이 부인 방을 몰래 들여다보니 윤 판서 부인이 논어를 읽고 있었습니다. ‘유붕(有朋)이 자원방래(自遠方來)하면 불역낙호(不亦樂乎)아라.’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면 불역열호(不亦說乎)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이면 불역군자호(不亦君子乎)아.’ ‘사람이 알지 못해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냐.’ 이것을 본 평양감사 아들은 윤 판서 부인이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았지만 음심이 크다보니 편지를 써서 부인에게 던졌습니다. 편지 내용이 어떤가 하면
‘소군옥골호지토(昭君玉骨胡地土) 요
귀비화용마외진(貴妃花容馬嵬塵) 이라
인생본비무정물(人生本非無情物) 이니
막석금야일허신(莫惜今夜一許身) 하소서
왕소군의 옥골도 흉노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화용월태도 마외 땅 흙이 되었네.
인간의 본성이 본시 무정한 것이 아니니
오늘밤 몸 한번 허락함을 아끼지마소.’ 라는 내용입니다.
그 부인이 받아 보더니 답을 써서 평양감사 아들에게 던졌습니다. 그 대답은
‘첩재산중(妾在山中)하야 무지아신(無知我身)이더니
천만의외(千萬意外)에 화간(華簡)이 낙래운간(落來雲間)이네.
연(然)이나 군(君)도 유부지군(有婦之君)이요,
첩(妾)도 유부지첩(有夫之妾)이니
막설비례(莫說非禮)하시고 속속귀정(速速歸定)하소서.
이첩이 산중에 있어 나를 아는 사람이 없더니
천만 뜻밖에도 화간(편지)이 구름에서 내려오는구나.
그러나 군도 지어미가 있는 군이요,
첩도 지아비가 있는 첩이니
예의가 아닌 말은 하지 말고 속히 안정으로 돌아가세요.
답장을 보고나서 평양감사 아들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렸는데 집으로 가서 그만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평양감사가 걱정이 되어 물으니 “제가 사냥에 갔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나서 잊을 수 없어 병이 들었습니다.”고 아들이 말했습니다. 그러자 평양감사는 아들이 걱정이 되어 군사를 보내 윤 판서 부인을 납치해서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납치해서 대동강 근처에 이르자 윤 판서 부인은 군사들에게 잠깐 시를 한 수 짓겠다고 합니다.
‘읍고대동강수록(泣顧大洞江水綠)하니
위여상설절여산(威如霜雪節如山)이라.
거역위난불거난(去亦爲難不去難)인데
일신투처일심한(一身投處一心閑)이라.
울면서 대동강 푸른 물을 바라보니
평양감사의 위엄은 서릿발 같고
나의 절개는 태산과 같은데
가도어렵되고 가지 않아도 어렵게되니
이 한 몸 물에 던지면 내 마음은 편하리라.’ 라는 시를 짓고는 강물에 몸을 던집니다. 제사를 마치고 윤 판서가 집에 돌아오니 부인이 온데간대 없어 졌습니다. 마을을 다니며 수소문을 하니 동네 사람들이 평양감사가 납치하였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윤 판서가 말을 타고 부인을 찾으러 가다가 대동강에 다다르니 강물에 편지가 둥둥 떠내려 옵니다. 편지를 읽어보니 부인이 쓴 거였고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윤 판서는 임금에게 상소문을 써서 올렸고 임금은 평양감사와 그 아들을 잡아 들여 참수형에 처했습니다. 이렇듯 탐심은 목숨까지 버리게 합니다. 탐심은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에 죽을 때 까지 놓질 못합니다. 이렇게 얻은 것들은 모두 일장춘몽이고 헛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수행을 해야 합니다. 공부를 해야 합니다. 참선하고, 염불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탐심을 없애야 합니다. 탐심을 내어서는 안 됩니다.
진심(嗔心)은 성냄을 말합니다. 화를 내면 어떻게 될까요? 옛날에 금강산 표훈사 돈도암에 홍도라는 스님이 살았습니다. 수행을 하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바람이 불어 눈에 티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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