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스님 12월 초하루 법회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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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679회 작성일 16-12-31 17:01본문
12월 초하루 법회 법문
오늘 병신년 마지막 달입니다. 우리는 늘 마지막을 보내고 또 새로움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숨 쉬는 날숨과 들숨에도 시작과 마지막이 있습니다. 매일 보내는 하루에도 시작과 끝이 있고, 한 달에도, 1년에도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도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오늘 마지막 달 뒤에는 다시 새로운 시작이 있습니다.
제가 전등사 주지로 부임하면서부터 ‘어떻게 하면 신도님들에게 부처님의 법을 잘 전할 수 있을까?’란 생각으로 노력하며 고심하였습니다. 보통사람들은 근본(根本)을 보지 않고 지말(枝末)에 얽매여 살고 있습니다. 제가 하나 묻겠습니다. ‘정의(正義)란 무엇입니까?’ 올바르게 사는 것이 정의입니다.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이 세상에 있는 물건들을 자신에게 맞게 소유하고 노력한 만큼 얻으려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노력하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하다 보니 많은 문제가 생깁니다. 요즘 블랙리스트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오직 못 났으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만나서 설득하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세상의 법인데 어떻게 몰래 리스트를 만들었을까? 이런 사회는 불신과 갈등 만 조장할 뿐입니다. 관용이 가득해도 다투는 것이 우리 모습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인 무아(無我)를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습니까? 지금 청문회가 한창인데, 이것을 두고도 어떤 사람은 죄가 있다하고, 어떤 사람은 ‘그게 죄가 되냐?’며 두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혼돈 속에 빠져 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業)에는 별업(別業)과 공업(共業)으로 나눕니다. 별업은 개개인 업을 말하며 공업은 우리들이 함께 만들고 갖고 있는 업을 말합니다. 별업과 공업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공업중생(共業衆生)이기 때문입니다. 맑은 사람이 있으면 주변이 점차 맑아집니다. 우리 모두 열심히 수행하여 주변을 맑게 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들이 태어나면서 갖고 나온 욕망, 불교용어로는 근본번뇌(根本煩惱)라고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구생지번뇌(久生之煩惱)라 하는데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나온 번뇌를 말합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5주지번뇌(五住地煩惱)라 하였습니다. 5주지번뇌를 살펴보면 첫째, 무명주지번뇌(無明住地煩惱)로 각종 번뇌가 생겨날 수 있는 근본적인 바탕인 무명이 번뇌로 남아 있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 유애주지번뇌(有愛住地煩惱)로 무색계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일어나는 번뇌를 말합니다. 셋째, 색애주지번뇌(色愛住地煩惱)로 색계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일어나는 번뇌를 말합니다. 넷째, 욕애주지번뇌(欲愛住地煩惱)로 욕계에 대한 무지로 인하여 일어나는 번뇌를 말합니다. 다섯째, 견일처주지번뇌(見一處住地煩惱)로 현상사물을 보고 들음에 있어 무지하기 때문에 생기는 번뇌를 말합니다. 수행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근본번뇌에 빠져 헤어날 수 없습니다. 열심히 수행하고 노력하면 지혜가 생깁니다. 지혜가 생기면 우리는 근본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혜를 닦기 위해 전등사에서 3년 동안 신묘장구대다라니 21독 21일 기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1일 동안 21독씩 다라니 기도를 하고, 한 달에 주간과 야간에 한 번씩 모여 108독 정진을 하려 합니다. 야간에는 108독 정진과 철야정진도 함께 준비합니다. 다라니 기도에 많이 동참하여 무명업장(無明業障)을 소멸하십시오. 무명업장이 소멸되는 것은 지혜가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 여성으로 태어나 ‘아, 나는 여성이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을 모두 여성으로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견(見)’이라 합니다. 본인이 여성이면 ‘어떤 부분 때문에 여성인가? 어떤 에너지 현상 때문에 여성인가? 어떤 업(業) 때문에 여성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따지고 공부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죠. 그냥 어머니가 낳아주신 그대로 부모님이 가르친 그대로 사회에서 배운 그대로 ‘나는 여성이다.’ ‘나 같이 생긴 사람은 여성이다.’ 라는 무의식에 빠져 살아갑니다. 이렇게 살아서는 해탈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왜 여성인가?’를 알아야 합니다. ‘어떤 작용 때문인가?’ ‘작용은 어떤 업 때문인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구생지번뇌(久生之煩惱)는 세세생생 쌓은 업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자신을 보게 되면 연기(緣起)와 무아(無我)를 체득할 수 있습니다. 숫타니파타 가르침에 보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더러움에 물들이지 않는 연꽃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놀라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 ‘내가 왜 놀라는가?’ ‘내가 왜 두려워 하는가?’ 알려고 하는 사람,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스스로를 다스리는 사람들입니다. ‘다스린다.’는 것은 부처님의 법에 맞게 내 행동을 맞추어 가는 것을 말합니다. 열심히 수행하며 정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 오신 모든 분들이 자기 자신을 잘 다스리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보다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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